2017 한국미술조망展을 개최하면서
어지러운 세상이지만 시간은 어느덧 꽃피는 3월이 되었습니다. 자연 그리고 생명은 이렇듯 끊임없이 순환을 거듭합니다. 이 계절에 한국미술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2017 한국미술조망展을 기획하고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미술은 당대의 현실을 드러내는 양식의 하나라는 어떤 젊은 평론가의 말에 동의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동의에는 전제 조건이 붙습니다. 미술은 당대의 현실을 드러내는 양식인 동시에 당대의 현실을 넘어서는 양식이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는 현실의 수평적 차원만이 아니라 수직적 차원에도 관심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현실의 수직적 차원에 대한 고려 없이는 수평적 차원 역시 올바르게 파악되지 않습니다. 이 시대의 예술가들은 일단 잠수부처럼, 깊숙이 심연 속으로, 내려가야 할 것입니다. 세계의 심장부까지, 그 본질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지하 작업을 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는 예술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예술이야말로 인간이 내재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인간 고유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발현물이기 때문입니다. 고화질 테레비전, DVD 기술, 인터넷망의 폭증, 현실 이상의 초현실을 엮어 내는 가상현실 기술 등의 발전은 지구촌 전체의 사람들을 남김없이 공통된 하나의 의사소통 공간으로 불러내려 합니다. 이제 예술은 약간의 기발한 창의성을 선구적인 양 미끼로 내세우면서 대중의 흥미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21세기의 예술 상황은 이런 방향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예술이란 모호하고 난감한 대상입니다. 작가들이 작업을 한다는 것 역시 난해한 일에 다름 아닙니다. 좋은 그림을 그린다는 것, 진정한 작가로서 산다는 것은 좀처럼 잡을 수 없고 그릴 수 없고 가늠할 수 없는 허상의 추구일 것입니다. 예술가란 결국 그런 허명에 자족하고자 하는 이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업이 참 좋다”라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문득 생을 건 것입니다.
문득 지난 시간의 흔적을 우리 몸, 우리 영혼에 새겨온 먼 곳의 햇빛과 바람과 구름의 자취를 은밀히 들여다봅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두 가지 상반된 꿈을 마음속에 품어 왔습니다. 영원한 마음의 안식처인 고향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꿈과 미지의 세계를 향해 훌쩍 떠나고자 하는 꿈입니다. 전자가 없다면 계속되는 방랑과 방황에 지쳐 길을 잃게 될 지도 모르며, 후자가 없다면 현실에 안주한 채 무기력한 삶을 지속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고향과 미지의 세계를 향한 노스텔지어는 각기 구심력과 원심력이 되어 우리 삶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갤러리 지오(Gallery GO)가 개관을 한 지도 3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 인천 문화예술의 주춧돌이 되고자 출발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문화융성에 부흥하여 아름다운 문화가 숨 쉬는 공간으로 또한 시각문화의 밑거름이 되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바쁘신 가운데도 갤러리지오에 애정을 갖고 작품을 출품해주신 작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부디 방문하시어 질정(叱正)의 말씀을 당부 드립니다.
2017년 3월
갤러리지오 관장 고 진 오 드림
정해광작
강상중작
고진오작
김상덕작
박성배작
박인우작
송운창작
장성복작
이금희작
이환범작